체감기온 영하 21도, 최강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날
오래 전에 약속 잡아둔 음력 망년회를 위해 오전에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 부산, 대구, 일산 등지에서 오는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1시간 전쯤 약속장소에 도착해 이디야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뜨겁고 진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반가운 얼굴들 만나 이베리코에 소주를 곁들여 담소 나누고
분위기 좋고 따뜻한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마시는 동안
어떻게 7시간이 흘러갔는지 아예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상스러움과 잡스러움에 대하여
문학과 인생, 각자의 창작 계획과 한국문학의 미래에 대하여
숱하게 주고받은 말들이 누군가의 호처럼 빙허가 되고, 탄허가 되다가
이윽고 나에게는 허허가 절로 돌아와 기분이 좋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가시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공허와 허무의 세계,
그것에 기대거나 그것을 삼키거나, 그것 자체가 되어 허허로워지거나
흉허물없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마냥 좋아
오랜만에 많이 웃고, 많이 떠들다 기분 좋게 헤어졌습니다.
사진 한 장 남기지 않고 헤어져서인가, 면면의 표정이 더욱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모든 공허와 허무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