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의 전당

레무리안2017-10-10

모종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부산에 사진 촬영을 하러 갔었습니다. 촬영 목적지 중 하나가 영화의 전당이었는데 그 규모와 건축학적 파격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역사적 고난과 애환의 현장이었던 부산이 내포한 온갖 스토리를 감안하건대 부산이 영화에 꽂힌 이유가 '절대적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촬영 중에 한국의 K-POP 영상을 만들기 위해 부산에 온 에티오피아 방송팀을 만나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Click on the picture!

다시 태어나도 우리

레무리안2017-09-13

9월 27일 개봉하는 가슴 뭉클한 다큐영화 한 편 추천합니다. 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43회 시애틀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이 다큐영화는 자랑스럽게도 한국인 문창용 감독이 만든 것입니다. MBC스페셜에서 방영할 때 미리 보았기에 감동에 힘을 실어 추천합니다.^^

8월의 스케치북

레무리안2017-08-25

Photo took by 삼성 Galaxy S6 edge+ 우리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걸 가지려고 서로 싸웠다. 우리 이후에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목에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 한동안 그것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흘러가는 시간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것 뒤에 남는 죽음들과도 아무 상관 없이 수세기의 세월을 견고하게 건너지를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고통은 그 푸른빛 반사광을 지닌 싸늘한 보석과 접촉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다. -파트릭 모디아노, [팔월의 일요일들] Click on the pi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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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오래된 사구 해안

레무리안2017-07-18

오랜만에 신두리에 다녀왔습니다. 한때 태안반도 1,300리 해안길을 미친 듯이 달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동안 발길이 끊어졌다가 3년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낙조는 여전히 아름답고 썰물과 함께 찾아온 밤은 깊고 광활한 바닥을 드러내 바다 쪽으로 멀리까지 걸어나가 방수 돗자리를 깔고 앉아 하늘의 별을 보며 소주를 마셨습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사구 해안인데 어찌된 일인지 사구가 3년 전보다 많이 내려앉아 마지막 사구 사진은 2014년 5월에 찍은 것을 올렸습니다. 무심한 바다, 심심한 바다, 밋밋한 바다처럼 보이는 신두리 해변...

보문사에서 전등사까지

레무리안2017-06-21

석모도 보문사와 강화도 전등사를 1박2일 동안 다녀왔습니다. 강화에서 석모도를 연결하는 삼산연육교가 2017년 6월말에 개통한다기에 배를 타고 석모도로 건너가는 마지막 여행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강화도와 석모도를 몇 번이나 오갔는지 헤아릴 수 없지만 뱃길이 사라지기 때문인지 이번 여행은 각별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석모도는 낙조로 유명한 섬이라 해질 무렵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로 인해 막연하게 석모도의 한자 지명을 '夕暮島'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레무리안2017-06-02

박상우 지음│노란잠수함 펴냄│2017. 05. 30. 131*214(신국판 변형)│1도│216쪽│13,000원│ISBN 978-89-5596-795-1 (04810) 소설 / 한국소설 ◆책 소개 한국현대문학의 탈정치화, 개인화를 선언한 불세출의 명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과 이상문학상에 빛나는 「내 마음의 옥탑방」 등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새로운 감수성을 이끄는 작가 박상우가 스스로 뽑은 대표작들! “앞으로 내 앞에서 정치의 ‘정’자도 꺼내지 마. 그런 얘기를 꺼내는 새끼는······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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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미학

레무리안2017-05-05

잘게 부서진 조각이 모여 하나의 전체를 형성합니다. 그곳에 비친 형상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잘게 부서진 그대로 나름의 반영을 수행합니다. 마음의 원형성은 무시 이래로 일말의 균열도 없이 완전하다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네 마음은 저 균열 유리처럼 매 순간 불완전한 상태로 세상을 되비치고 있을 것입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자각하노라면 천태만상의 균열이 절로 스러져 원래의 마음 그 자리가 드러납니다. 균열을 보게 하는 육체의 눈, 균열 그 자체, 그리고 균열과 균열에 비친 것까지 보게 하는 완전한 ...

미스터리 화이트

레무리안2017-05-05

자정 지난 시각, 종로 3가의 골목에서 발견한 주인 없는 흰 구두. 어둠 속에서 도발적으로 빛을 발하는 화이트가 너무 미스터리해 일행과 한참동안 구두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구두를 벗어던지고 사라진 주인에 대한 궁금증보다 주인에게 버림 받은 듯한 그것의 티 없는 자태가 보면 볼수록 마음을 저리게 하는 밤이었습니다. 저 구두는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요. Click on the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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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남는 것, 남해에 남긴 것

레무리안2017-04-21

남해에 갔다가 보리암에 간 게 아니고, 보리암에 가기 위해 남해에 갔습니다. 먼 여정. 늦은 오후에 보리암에 당도해 배경의 기암과 전면의 흐린 바다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해수관음상의 뒷모습을 기억에 각인하고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볼 생각이었는데 밤 사이 날씨가 끄무러져 새벽에 일어나자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습니다. 남해는 몇 번째이지만 갈 때마다 선명하지 않게 의식에 남겨지는 게 있습니다. 남겨지는 게 아니라 내가 남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쨍, 하지 않은 그 무엇. 그것 때문에 보리암 일출을 보고 싶었던 것인데...

무대 조명, 인생의 행로

레무리안2017-04-21

경북 영덕에서 일박하고 일출을 보았습니다. 일출을 볼 때마다 무대 조명을 떠올리면 삶이 자연스레 무대 예술로 인식돼 삶에서 오는 긴장과 강박이 슬그머니 해체됩니다. 어시장으로 들어가는 어귀에 생선 말리는 건조대가 놓여 있었는데 무리 지은 모습이 흡사 살아 있는 고기떼의 이동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고갱의 거대 벽화가 떠오른 건 건조되는 고기떼에서 우리네 삶이 엿보여서였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날마다 뜨고 지는 무대 조명 속에서 주어진 배역 연기를 하고 살지...

탄핵-고량주-스파이더맨

레무리안2017-04-16

이 사진을 찍은 날짜는 2017년 3월 10일. 그날은 헌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만장 일치로 인정한 날입니다. 그날 탄핵이 인정되기 몇십 분 전부터 저는 홍대앞의 4층 식당에 앉아 연태고량주를 마시며 스파이더맨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탄핵-고량주-스파이더맨 사이에 무슨 상관 관계가 있을까요. 아무 상관도 없는 것들이 서로 심각하게 얽힐 때가 더러 있는데 상관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짧은 인지 능력일 뿐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 세상에 상관 없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요즘이 특히 그런 시절입니다. Cl...

레드홀 주변

레무리안2017-03-24

어느날 밤, 휴대폰에 이런 사진이 찍혀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아마도 엉뚱한 곳에 시선이 끌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전체 속에 숨어 있는 부분, 부분 속에 숨어 있는 전체에 집중하면 기이하게도 자신이 소멸되는 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멍 때리는 순간, 우리는 평상시에 도저히 볼 수 없는 순간을 포착하게 됩니다. 휴대폰에 담긴 여러 장의 사진을 확인한 결과, 이것은 음식이 담긴 스테인레스 그릇의 내부를 찍은 것입니다. 어이가 없죠?ㅎㅎ Click on the photo!

영덕, 동해

레무리안2017-03-01

가랑비가 내리는 날, 영덕에 갔습니다. 어시장을 둘러보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셨습니다. 잔뜩 끄무러진 날빛에도 불구하고 봄기운이 완연하게 느껴져 긴 겨울의 잔해가 파도에 떠밀려 포말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유난히 길고 지리멸렬하게 느껴진 겨울, 이제 슬슬 기지개를 켜고 낯선 봄을 맞이해야겠습니다. Click on the photo!

사마디

레무리안2017-02-16

겨울 아침, 햇살이 빙판으로 밀려들 때 부리가 붉은 새가 빛의 가장자리로 걸어갑니다. 저 새의 부리가 붉다는 건 내가 녀석을 호수공원에서 여러 번 만났기 때문입니다. 여름 아침에는 자기 치장에 무척 신경을 쓰는 녀석인데 겨울에는 왠지 쓸쓸하고 외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자기 생존을 위해 집중하는 걸음걸이와 빛의 침투로 자연스런 삼매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무의식적 집중에 대해 우리는 저 새처럼 살아지니까 산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창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살아지니까 산다...

동심을 만난 아침

레무리안2017-02-01

밤새 눈이 많이 내린 날 아침, 운동을 하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더니 집앞 벤치에 이렇게 앙증맞은 눈사람 둘이 만세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눈이 내리면 동네아이들과 강아지들이 한데 어울려 뛰노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풍경을 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눈을 뭉쳐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던 동심에 디지털 문명이 스며들어 눈보다 스마트폰이나 게임, 만화가 아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듯합니다. 이른 아침, 눈사람을 만들고 간 동심이 새삼 소중하고 고맙게 여겨졌습니다. Click on the 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