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추페소서스!

레무리안2016-09-22

9월 17일 새벽에 격심한 복통으로 일산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했다가 22일 오전에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3년 동안 세 번째 되풀이된 입원과 퇴원의 반복입니다. 증상은 오직 한 가지, 담석이 담도관을 막아서 생기는 급성 통증과 염증, 그로 인한 간수치 급상승과 빌루루빈 수치 상승 등등입니다. 금식과 항생제 투여, 그리고 내시경 조영술을 통한 담도관 시술. 내가 입원한 962호실 창가 침대는 통유리 옆이라 사진처럼 view가 일품이었습니다. 4박 5일 동안 긴박하게 치료를 받으며 곤욕을 치렀지만 투병의 시간 동안 많은...

장편소설 『비밀 문장』출간

레무리안2016-06-27

지구인에 대한 사랑과 연민, 이것이 나의 최선이라고 '작가의 말'에 썼습니다. "우리는 영적 경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된 경험을 하고 있는 영적 존재다." -테일라르 드 샤르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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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을 부르는 마음

레무리안2016-06-19

아침 등산길에 난처럼 자연스럽게 늘어진 풀들을 자주 봅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난을 치는 마음이 일어 풀 앞에 화선지랑 먹물 펼쳐놓고 앉아 붓을 들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난 중에 추사 김정희의 묵란도(墨蘭圖)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유는 당연히 여백의 넉넉함과 구도의 엄중함 때문입니다. 난을 생각하는 마음은 일상적인 어지러움에 대한 반사 심리, 다시 말해 삶에 압축과 절제를 불러오고 싶은 갈망 때문입니다. 난을 갈망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 마음 그 자체가 난이 되어 여백과 절제가 꽃처럼 피어나길 빕니다. Click on ...

장미원

레무리안2016-06-13

오월 말부터 장미원에 가고 싶었습니다. 새벽마다 산으로 가느라 발길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일요일 새벽, 안개가 너무 짙어 산으로 못하고 벼르고 벼르던 호수공원 장미원으로 갔습니다. 유월이 장미의 제철일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어느덧 장미들은 절정의 시기를 지나 볼품없이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넓은 면적 중 간신히 장미다운 때깔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을 골라 트리밍을 하듯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아름답기 때문에 절정이 짧은 것인지 절정이 짧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지 숱하게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아름다움이 지닌...

버섯 칸타타

레무리안2016-06-10

새벽 등산을 하다가 죽은 나무에서 피어난 버섯들이 부르는 합창을 듣습니다. 이 우주에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존재하는 건 단지 현상의 일시적 변화일 뿐이라고, 살아 있다고 믿는 것과 죽어 있다고 믿는 것이 모두 연결돼 있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합창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그 우주적 합창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Click on the photo!

민트의 갈 수 없는 나라

레무리안2016-06-06

여름밤, 아파트 정원의 잔디와 조명, 그리고 푸르른 수목을 내다보며 민트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항상 궁금합니다. 민트가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다면 새벽 등산도 같이 가고 오후 산책도 같이 갈 수 있을 터인데 매번 안타깝습니다. (인간에게 그렇게 완벽한 동반은 주어지지 않는다!?^^) 민트가 밖을 내다보며 집중하는 것은 언제나 움직이는 것, 다시 말해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입니다. 애완견이나 길냥이, 새들이나 날벌레 따위를 보면 이상한 소리를 내고 한껏 몸을 움츠리며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곤 합니다. 묵묵...

약천사 불상을 지나칠 때마다

레무리안2016-06-03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져서 삼일째 새벽 산행을 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할 수 없이 헬스클럽으로 갑니다. 산행과 헬스클럽은 기분의 차원에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산행에서는 좋은 창작의 영감이 많이 떠오릅니다. 산행 도중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에 메모를 할 때가 많습니다.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약천사라는 큰 사찰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자락에 자리잡은 대형 불상을 보며 첫발을 내딛어야 합니다. 자신의 상(像)을 만들지 말라고 했던 석가모니의 유지를 생각하면 저것도 헛것이지만 불상을 봄으로써, 그 ...

은실로 만든 햇살주머니

레무리안2016-05-23

새벽마다 오르는 심학산 등산로에서 발견한 거미줄입니다. 요즘은 다섯 시가 좀 지나면 일출이 시작돼 여섯 시경이면 저렇게 부신 햇살이 산중으로 밀려듭니다. 숲으로 밀려든 한 줄기 햇살을 각광처럼 빨아들여 한껏 빛을 발하는 거미집, 그것이 나의 눈에는 은실로 만들어진 햇살주머니처럼 보였습니다. 빛이 머무는 동안 걸음을 멈추고 거미집을 지켜보았는데 신기하게도 그 빛이 내 가슴 속으로 고스란이 전이되는 게 느껴졌습니다. 은실로 만든 햇살주머니를 품은 가슴! 자연처럼 늘 같은 것을 늘 다르게 보여줄 수 있다면 많은 예술...

붉은귀 거북, 살카타 거북

레무리안2016-05-19

번잡한 호수공원의 꽃박람회가 끝나서 모처럼 햇살 부신 오전에 산책을 나갔습니다. 자연늪지 쪽으로 들어가자 늪지 한가운에 자리한 바위 위에 조각처럼 보이는 거북 떼가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습니다. 햇살이 역광으로 비추는 시간이라 나는 그것들이 조각상인 줄 착각하고 언제 저런 것들을 만들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메모리 카드에서 사진을 출력해보니 오호라, 멀쩡하게 살아있는 붉은귀거북이들이 일광욕을 하는 장면이 드러났습니다. 녀석들을 보자 여러 해 전에 몇 년 동안 기르다 ...

On the rooftop

레무리안2016-05-15

나는 9층 옥상에 서 있습니다. 벽유리에 비친 내 발이 지상의 한옥 지붕을 밟고 서 있습니다. 꿈 속에서 본 장면 같습니다. 겹쳐진 현실, 겹쳐진 장면, 겹쳐진 시공 나는 가끔 우리가 모르는 평행우주라는 게 이와 같은 방식으로 겹쳐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사는 3차원 우주의 에너지 진동이 가장 낮아서 시공이 생성되고 형상이 보이는 것이니 시공을 필요로 하지 않는 더 높은 차원의 우주는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자재로 3차원을 에너지 필드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 내 마음은 아직...

내 사랑

레무리안2016-05-10

사월의 어느 토요일 밤, 종로 익선동 골목길의 깊은 공간에서 발견한 그림입니다.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그가 생각하는 사랑의 이미지가 너무 소박하고 정겹고 또한 아파서 나도 모르게 동작을 멈추고 한동안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민들레를 닮은 꽃과 갈라진 벽의 조화로부터 인생의 온갖, 사랑의 온갖, 이미지가 부풀어올랐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Click on the photo!

청산을 보다

레무리안2016-04-30

봄꽃이 만개하고 비가 내리던 날, 산 정상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니 첩첩한 산세가 운무에 덮이고 그 사이로 길이 열려 청산에 드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흐드러진 봄꽃 사이로 열린 청산의 풍경, 살아 생전 처음 보았습니다. Click on the photo!

비, 그리고 주산지

레무리안2016-04-28

봄비가 내리는 날, 부리나케 차를 몰고 주산지로 달려갔습니다. 안개를 기대했는데 비에 젖은 수목의 푸르름이 반영을 일으켜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오묘한 무지개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주산지의 가장 유명한 명물, 왕버들입니다. 한껏 푸름을 뽐내는 녀석이 일으키는 반영이 녹빛 아지랑이를 방불케 합니다. 주산지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라는 걸 알고 나면 도대체 이렇게 깊은 산중에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궁금해지겠죠? 인터넷 검색 요망~^^ Click on the photo!

극적 장면

레무리안2016-04-15

자신이 만든 불기둥을 황급히 피하는 저 아저씨, 저것은 화재가 아니고 작년에 추수하고 남은 작물 줄기를 태우는 장면입니다. 언뜻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으로 보이지만 시골에서는 이런 일이 한 해 농사를 다시 시작하는 봄맞이 행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객주문학관 옥상에서 24-240mm 망원렌즈를 장착해 찍은 사진인데 출력을 해놓고 보니 현장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불이란 저렇게 물질을 태우는 화염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도 저렇게 강렬한 화기(火氣)가 존재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청량대운도

레무리안2016-04-08

경북 청송에 가면 야송미술관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청량대운도(淸凉大雲圖)'라고 이름 붙여진 초대작 그림이 있습니다. 야송 이원좌(野松 李元佐) 선생이 청량산을 배경으로 가로 46m, 세로 6.7m의 그림을 완성해 그것을 전시하기 위한 별도의 전시관이 마련된 것입니다. 그림이 너무 높고 길고 커서 감상을 위한 이층 전망대까지 마련되어 있으니 직접 그곳에 가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가히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청량산은 경북 봉화군에 속한 명산으로 산세가 빼어나고 정기가 맑은데 몇 년 전 그곳을 등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