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한 송이

레무리안2018-06-10 

일요일 새벽, 오랜만에 호수공원으로 갔습니다. 지난 밤 내린 비로 수목이 촉촉하게 젖은 기운을 내뿜고 유월의 장미원에는 온갖 장미가 만개해 있었습니다. 그 많은 장미 중에 단 한 송이,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을 카메라에 담아와 공유합니다.  Happy Sunday!_()_

아쿠아리움

레무리안2018-06-08 

아쿠아리움을 좋아하지만 그곳에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음이 지치고 번잡할 때 고즈넉하게 앉아 물고기들의 유영을 지켜보노라면 마음이 절로 평정을 되찾습니다. 그래서 슬리퍼를 끌고 편안한 차림으로 아무 때나 오가고 싶지만 그런 곳으로 한번 발길을 내려면 상당한 준비와 마음가짐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내가 사는 일산의 킨텍스에도 아쿠아리움이 있지만 아직 미답 상태인데 엉뚱하게도 잠실까지 가서 우연히 아쿠아리움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류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아이의 본성을 보는 ...

멧비둘기 소동

레무리안2018-05-08 

오늘 아침, 아파트 베란다 창틀에 멧비둘기가 날아와 앉아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동네 참새들을 위해 화단에 약간의 쌀을 뿌려주기 때문에 날마다 녀석들이 포릉거리며 떼지어 놀러오곤 하는데 오늘처럼 멧비둘기가 창틀에 앉아 저토록 태연한 표정으로 실내를 들여다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내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댔지만 날아가지 않고 한참이 지난 뒤에 느긋한 동작으로 등을 보이며 돌아앉았을 뿐입니다. 사진을 찍어대는 동안 뒤쪽에 앉아 있던 민트가 드디어 사태를 알아차리고 쏜살같이 타...

봄을 주시함

레무리안2018-03-29 

봄이 더디고 힘겹게 오는 느낌입니다. 흉흉한 세상의 기운에 미세먼지와 황사까지 겹쳐 봄을 바라보는 심사가 몹시 불온합니다. 나만 그런가, 심중에 의구심이 떨쳐지지 않았는데 어느 날 아침, 부신 햇살을 받으며 민트가 아파트 정원을 내다보는 자세에서 기이한 감정이입이 느껴져 묘한 위안을 받았습니다. 녀석과 내가 이심전심으로 느끼는 불온한 봄이 스러지고 하루 빨리 맑고 쾌청하고 개운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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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냐 조명이냐

레무리안2018-01-31 

 Photo took by Galaxy S6 edge+   35년만에 뜬다는 슈퍼문, 블루문, 블러드 문이라고 해서 밤에 달을 보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8시 40분경부터 개기월식이 시작되는 걸 한동안 올려다보다가  다만 멍하니 올려다보다가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구평면설이 횡행하고, 태양과 달이 지구 내부에 있다는 주장이 퍼져나가는 즈음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숱한 관련 영상들을 훑어보노라면 태양과 달이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조명등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오래 전에 보았...

동해에서 빙해까지

레무리안2018-01-29 

1월 23일과 24일, 장편소설 집필을 위해 동해안 취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영하 18도의 혹한에 살점이 떨어져나갈 듯한 바람이 불어 얼굴과 손을 노출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러 해변의 횟집으로 갔더니 수족관의 물고기들이 모두 얼어죽어 상인들이 겁에 질린 표정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닷물이 언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바닷물이 얼어붙은 진풍경을 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번 북쪽 바다에서 느꼈던 나른한 정서가 무색하게 밤새도록 미친 듯한 파도의 굉음...

2018, 동해 일출

레무리안2018-01-22 

동해에 일출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이십대 때 소주를 마시며 진하게 읽던 장영수의 '동해'와 '메이비'가 생각나는 여정이었습니다. 동해는 언제나 '동해'라는 고정관념 속에 갇혀 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동해의 죽음을, 아니 이미 주검이 된 기운을 내내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바다가 죽을 수 있을까? 이미 죽어서도 바다 시늉을 할 수 있을까? 눈이 많이 내리는 밤에 홀로 생각에 감겨 봅니다.     * 동해 1   ...

암자 견문

레무리안2017-12-14 

산중에 있는 암자를 방문했습니다. 오래 전에 스님과 약속을 잡아놓고 겨울이 오는 길목을 돌아 느린 걸음으로 산으로 들어가 스님을 만났습니다. 스님은 젊고 유쾌한 학승으로 막힘이 없고 진솔해 예상 밖으로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석가모니의 초기 가르침으로부터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현대물리학의 기둥이 된 양자역학과 색즉시공 공즉시색에 이르기까지 스님이 여러 번 물을 갈아 우려낸 차를 마시며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인식이 파동이 되고, 파동이 인식이 되는 시간, ...

秋日抒情

레무리안2017-11-16 

마음과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있어도 어느 순간 사로잡혀 있음을, 파묻혀 있음을, 몰입해 있음을 알게 되는 사랑처럼 예리한 햇살과 피보다 붉은 색감으로 온몸의 세포에 삼투하는 가을입니다. 한 남자는 이른 새벽의 산길을 산수화 속의 인물처럼 걸어가고 한 남자는 늦은 오후의 붉단풍 잎새 속에 피처럼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어쩌면 해질 무렵쯤 붉은 포도주를 몇 잔 마시고 피가 좀 따뜻해지면 정원으로 나가 저 붉단풍 잎새 위에 가만히 누워보아야겠습니다.   Photo t...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레무리안2017-11-16 

2017년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인해 이상한 경험을 많이 하는 해입니다. 늦은 봄, 3호선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를 만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의 클래식 판을 6월에 출간하게 되었고 9월에 터키-그리스로 문학심포지엄을 다녀온 이후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린 것을 뒤늦게 보게 되었고 11월에는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 대해 아주 긴 글을 청탁 받았습니다. 30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이 소설이 다시 눈을 뜨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http://naver.me/FLoc4N51...

제11회 한중작가회의

레무리안2017-11-05 

제11회 한중작가회의가 10월 17, 18 양일에 걸쳐 중국 길림성의 장춘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사드 문제로 여러 번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개최된 회의라 감회가 깊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의 기간 중에 중국 공산당대회가 시작돼 다소 긴장된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10년 넘는 교류의 뿌리가 있어 작가와 시인, 평론가들은 모두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일체의 공적 회의를 승인하지 않은 가운데 유일하게 한...

두 장의 사진

레무리안2017-11-05 

그리스로 가는 에게해 선상에서 소설가 이채형 선배님과 찍은 사진, 그리고 그리스 수니온 곶(Cape Sounion)의 포세이돈 신전 앞에서 찍은 사진으로 2017년 9월 14일부터 11일 동안 계속된 터키-그리스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는 속설을 믿지 않지만 이렇게 사이트에 사진을 남겨 가끔 추억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게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낯선 정서와의 조우가 기억에 남아 그것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

히에라폴리스-파묵칼레

레무리안2017-10-15 

히에라폴리스-파묵칼레(Hierapolis-Pamukkale)는 터키 남부에 있는 고대도시 유적입니다. 파묵칼레는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라는 뜻입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온천수가 흐르며 빚어낸 목화빛이 장관입니다. 온천수가 섭씨 35도로 류머티즘, 피부병, 심장병에 좋다하여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여섯 번째 사진은 클레오파트라가 이용하던 풀장이라고 합니다. 파묵칼레는 200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첫번째에는 하지 않았던 온천욕을 즐겼습니다. 히에라폴리스는 파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