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추억

레무리안2020-07-14

지난 유월 어느날, 코로나19 답답증이 한껏 고조됐을 때 강화도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도솔 미술관에 들러 차를 마시고 왔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 중 오직 한 장을 건져 바탕화면에 두고 기회 있을 때마다 한 번씩 보곤 했습니다. 이 공간에 올리고 싶었지만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선반에서 책뭉치가 떨어지듯 뜻하지 않은 제목이 떠올라 드디어 사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목과 사진 사이의 개연성이나 인과성 같은 것, 아마도 저의 무의식 속에 ...

조산리 일출

레무리안2020-05-29

오랜만에 양양 조산리에 갔습니다.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으나 전날의 비와 먹장구름 때문에 새벽 5시에 관망한 수평선은 일출과 완전히 무관해 보였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등을 돌려 한참 걸어가던 순간 갑자기 전도에 장미빛 햇살이 비쳐 등을 돌려보니 기적처럼 놀라운 일출이 먹장 구름을 밀어올리고 빛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좋은 예감을 품은 채 그 길로 곧장 홍련암으로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밀브릿지 휴양림

레무리안2020-05-29

우연히 알게 된 강원도 평창군 밀브릿지 휴양림에 다녀왔습니다. 피톤치드 향기 짙은 전나무 숲길과 낙엽송 숲이 일품이었는데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식재하여 60년 이상 가꾼 사유림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휴양림 안에 저 유명한 방아다리 약수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임시 폐쇄 조치돼 있었습니다. 언젠가 휴양림 안의 숙소에서 일박해야겠다 마음 먹고 돌아왔습니다.

영랑호

레무리안2020-05-04

긴 연휴가 시작되기 전 가족과 함께 영랑호에 갔습니다. 3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탈고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서인가, 호수와 바다를 굽어보는 위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다른 차원에서의 일인 양 사뭇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른 아침 형언할 길 없이 아름다운 호숫길을 산책하고 오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청간정에 올라 수채화처럼 드넓게 펼쳐진 바다도 보았습니다. 긴 기다림과 인고의 시간 끝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가족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오대산 부름

레무리안2020-04-17

월요일 새벽 명상을 할 때 오대산 기운의 부름을 강하게 느껴 오전 10시경 차를 몰고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월정사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해빙의 기운을 반영하듯 기운찬 물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지장암을 거쳐 막상 상원사에 당도하자 그곳은 전날의 폭설이 뒤덮여 한겨울의 설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눈길도 걷고 꽃길도 걷도 찻집에 들러 한방차도 마시며 모처럼 부름의 시간에 동화돼 마음 깊은 평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네 마리의 멧돼지 가족도 만나고 스무 가지가 넘게 나오는 산채정식도 먹고 해질 무렵...

호수공원 벚꽃엔딩

레무리안2020-04-10

화요일 해질 무렵, 아들과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면 호면에 떨어져 꽃물결을 이루던 벚꽃 생각이 났던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호수공원의 벚꽃은 황금빛 석양을 받으며 집콕하다 나온 시민들과 보기좋게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벚꽃을 굳이 사진으로 찍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카메라도 가져가지 않았는데 석양에 물드는 자태가 너무 황홀하여 휴대폰으로나마 그것을 담아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저 벚꽃들의 아쉬운 엔딩과 함께 코로나19도 엔딩하기를 간절히 빌고 싶습니...

작년의 이팝나무

레무리안2020-03-29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시절이라 집콕이 일상이 되다보니 예사롭게 보아넘기던 집의 멀티플렉스 기능성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집이 숙소인 동시에 도서관, 헬스클럽, 식당, 영화관, 커피숍, 화상강의실 등등의 복합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는 걸 비로소 깨치게 된 것입니다. 집에만 있다보니 점점 나가는 게 귀찮아지고 누군가를 만나자고 하는 것도 민폐가 되는 시절이라 외장하드에 저장된 포토뱅크에서 지나간 시절에 찍어둔 많은 봄 사진들을 꺼내 보며 혼꽃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한 장, 작년에 심학산 인근에서 찍은 ...

그곳을 위한 기록

레무리안2020-03-19

힘겨운 세 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세 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탈고했습니다. 13개월 동안의 집중작업이 끝나고 나니 세상에 코로나19 환란기가 도래해 오랜 칩거를 끝내고 여행을 가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장편작업이 끝나갈 무렵, 취재를 위해 찾아간 서해안의 저곳이 새삼스레 기억에서 되살아나 기억이 아니라 기록을 위해 사진을 올립니다. UFO 때문에 찾아간 저곳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는 이유, 장편이 출간되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밝혀질 테니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될 때까지 모두 건강 조심하시길!_()_

1월 1일의 끝

레무리안2020-01-03

3권 분량의 장편소설 마무리를 12월 31일에 할 것 같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1월 1일 오후에 끝이 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12월 31일이 아니고 1월 1일인 게 더 뜻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끝'이라는 말은 쓸 수가 없는 것이니 그것으로부터 항상 새로운 시작이 연동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여 1월 1일의 끝은 1차 마감이 되고 이제부터는 2차 마감과 3차 마감을 향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작품을 보살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 넘기기로 약정한 기한이 넉넉하게 남아 시간상 느긋하...

동해앓이

레무리안2019-12-02

장편소설 3권 집필의 대단원을 향해 가면서 동해에 대한 그리움이 도져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12월말까지 작업을 끝내고 떠날 요량으로 버텨 보지만 동해앓이가 좀체 가라앉지 앉아 사진 저장파일을 열고 수도 없이 찍은 동해 사진 중 한 장을 골라 바탕 화면에 깔았습니다. 2018년 1월 18일, 양양 조산리 앞바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 사진은 오전 8시 25분에 찍은 것인데 바다가 녹빛으로 처리된 게 신기하게 여겨져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바다를 낚는 듯한 인상, 그것을 염두에 두고 소설이 아니라 우주를 ...

시월, 제주

레무리안2019-10-20

제주에서 개최된 문학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주제 발표자가 되어 부담스럽긴 했지만 시월의 제주를 누릴 수 있는 덤에 마음을 빼앗겨 이틀 동안의 포럼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 객실에서 내다보이는 시월의 바다 풍경, 바다 앞에서 마시는 한라산 소주의 맛,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야자나무의 풍광을 기억에 남기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월요일부터 창작모드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12월, 3권 탈고의 마지막 고지를 향하여!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24240

시상식 후감

레무리안2019-10-08

9월 28일, 이병주 국제문학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12일 뒤 큰 일을 치르고 아직 일상성을 회복하지 못한지라 축하를 받는 행사와 자리가 몹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수상소감을 밝힐 때 어머니 생각이 겹쳐 어금니를 다져물고 가까스로 슬픔을 견뎠습니다. 인생의 일희일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경험, 슬픔 뒤의 기쁨에는 여운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상을 주신 모양이라고 혼자 여운을 만들었습니다. 3권 분량의 장편을 2권까지 마치고 중단한 상태이니 3권을 무사히 끝내라는 이병주 선생님의...

어머니를 보내 드리며

레무리안2019-10-08

9월 16일 새벽 다섯 시경 어머니께서 운명하셨습니다. 오랜 동안 편치 않은 육체 생활에 많이 지치셨을 터인데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도 입으로 허밍을 하고 계셨습니다. 깊고 강한 내면을 지니셨던 분, 언제나 큰 에움막 역할을 하며 세상을 사셨던 분입니다. 이제 낡은 육체를 벗고 자유로운 혼이 되심에 지켜보던 자식의 도리로 그 자유를 영가천도해 드리고 싶습니다. 깊이, 높이, 오래, 참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셔서 진심 감사드립니다. 그곳에서, 그리고 그 후에도 영원히 평안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_()_

12회 이병주국제문학상 '박상우' 소설가 수상

레무리안2019-09-06

수상자 박상우(소설가) & 중국연변대조선문학연구소 리광일 교수 이병주기념사업회는 4일 제12회 이병주국제문학상과 제5회 이병주문학연구상에 각각 한국의 박상우 소설가, 중국 연변대 조선문학연구소(소장 리광일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경남 하동군과 이병주기념사업회가 주관하며 이 상은 하동군 북천면 출신으로 <관부연락선>과 <지리산> 등을 쓴 나림 이병주(1921∼1992)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상이다 심사 대상으로 매년 발표된 여러 나라의 문학작품 가운데 역사성과 서사성을 갖춘 작가와 문학사적 의미...

새벽의 고독

레무리안2019-08-28

어쨌거나 남루한 하루를 벗어버리기엔 그래도 이만한 곳이 없다. 선택된 만 원어치의 멍게는 주인장의 칼끝에 속절없이 해체되어 샛노란 꽃으로 피어나고 뭇 별처럼 명멸하는 포장 속의 전등은 목구멍을 거쳐 몸속으로 흘러들어 가는 소주의 은밀한 침투경로를 밝혀내고 감추고 싶은 속마음까지 구석구석 들춰내 괜스레 얼굴을 붉히게 한다. 노행판, '포장마차'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