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레무리안2018-11-22

20181119 08:05 심학산 11월 박용하 한 그루의 나무에서 만 그루 잎이 살았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인간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길상사

레무리안2018-11-18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법정 지켜보라. 허리를 꼿꼿이 펴고 조용히 앉아 끝없이 움직이는 생각을. 그 생각을 없애려고 하지도 말라. 그것은 또 다른 생각이고 망상일 뿐. 그저 지켜보기만 하라. 지켜보는 사람은 언덕 위에서 골짜기를 내려다보듯 그 대상으로부터 초월해 있다. 지켜보는 동안은 이렇다 저렇다 조금도 판단하지 말라. 강물이 흘러가듯 그렇게 지켜보라. 그리고 받아들이라. 어느 것 하나 거역하지 말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 그 받아들임 안에서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본래의 자기 자신과 마주하라.

두 편의 영화

레무리안2018-11-14

11월 들어 본격적으로 작업에 몰두하면서 머리가 지끈거리고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영화를 한 편씩 봅니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보며 두어 시간 휴식을 취하는 일은 며칠 동안 여행을 다녀온 것보다 강한 환기력을 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영화가 범람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를 가려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검증 받은 영화, 추천 받은 영화를 보곤 하는데 [욕망의 대지(The Burning Plain)]와 [체인질링(Changeling)]은 이리저리 검색 과정에서 찾아낸 것으로 좋은 후감을 얻은 영화들입니다. [욕...

가을 채집

레무리안2018-10-31

가을의 몇날 동안, 미구에 닥쳐올 집필에 대한 긴장감을 등에 업고 이리저리 단풍과 낙엽을 따라 동선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산과 사찰의 낙엽과 단풍, 폭우와 뇌성벽력이 지나가던 날의 아파트 단지, 어떤 시인의 행보를 뒤에서 밟아보기까지, 가을은 앞에서도 뒤에서도 아니고, 옆에서도 위에서도 아니고 저홀로 내밀하게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한없이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에 물들어 잔잔한 가슴 한구석에서 자진모리가 터져나올 듯한 만추입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레무리안2018-10-23

10월 20일 저녁, 멋진 서프라이즈 축하 파티를 선물 받았습니다. 익선동 Gamaek53에서 소행성B612의 제자분들이 저의 소설가 등단 30주년과 『소설가』 출간 축하 파티를 열어 준 것입니다. 3년처럼 느껴지던 압축적인 세월이 내적 붕괴를 일으켜 감사의 말을 전할 때 울컥, 목이 메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작가로 살아온 모든 순간을 담담하게 인생의 일부로 전입시키며 파노라마처럼 지나간 모든 것들에 대해 무한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_()_

진짜 소설가로 산다는 것

레무리안2018-10-19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019037002&wlog_tag3=naver http://sports.donga.com/3/all/20181016/92422994/1

『소설가』 : 소설가가 되는 길, 소설가로 사는 길

레무리안2018-10-17

프롤로그 길 없는 길을 가는 당신에게 소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소설이 무엇이다, 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소설가가 무엇이다, 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소설가는 무엇이다, 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삶의 가능성이 대두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소설과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고 밤 잠 이루지 못하며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소설이 무엇이고 소설가가 무엇인지 모른 채 인간의 욕망과 염원은 ‘소설 같은 것’, &l...

나선계단

레무리안2018-10-15

20180718 13:23 Pine Cone Courtyard | Vatican Museums, 00120 Vatican City, Italy 바티칸 미술관에서 출구로 내려가는 나선계단입니다. 언뜻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비율이 떠오르고 허리케인을 찍은 위성사진과 물고기자리의 나선은하 모양도 떠오릅니다. 나선은 일종의 회오리 형상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노라면 소실점을 향해 빨려들어가는 듯한 현기를 느끼게 됩니다. 태풍의 눈, 은하의 눈, 나선의 눈처럼 우리 몸에도 그와 같은 중심점이 있고 그것을 기점으로 우리 인생도 시시각각 에너지 소용돌이를 이루는 건 아닌지 나선계단의...

지구 안의 지구

레무리안2018-10-12

20180718 11:24 Pine Cone Courtyard | Vatican Museums, 00120 Vatican City, Italy 바티칸 박물관의 솔방울 정원이라 불리는 피냐 정원에는 바티칸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현대 조각 작품이 있습니다. 제목은 '지구 안의 지구(sphere within sphere)'. 1960년 로마 올림픽을 기념하여 제작된 구리 지구본은 오염된 채 멸망해가는 지구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공모전을 통해 1위를 수상한 이탈리아 조각가 아르날도 포모도로의 의해 제작된 이 작품은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돔과 같은 크기라고 하는데, 360도 회전한다고 ...

성벽

레무리안2018-10-11

20180718 13:18 Viale Vaticano, 00165 Roma RM, Italy 35도를 웃도는 무더위, 성벽 밑에서 한 남자가 생수를 팔고 있습니다. 무심한 사람들은 그의 외침을 들은 체 만 체 그냥 지나쳐 갑니다.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동안 그는 단 한 병의 생수도 팔지 못한 채 폭염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성벽은 한없이 높아 보이고 염천의 세상 어디에서도 사랑과 자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저 성벽은 왜 저리도 높아야 하는지 저 성벽 너머의 세상에는 무엇이 있는지 물을 파는 남자는 지칠 대로 지쳐 종내에는 성벽에 등을 기대고 맙니다....

Where are you now?

레무리안2018-10-01

20180723 15:53, 3801 Wengen, Jungfraujoch, Switzerland 최근 앨런 워커Alan Walker의 음악을 자주 듣습니다. 그는 가수가 아니고 DJ인데, 그가 발표한 많은 곡들 중에 2014년에 처음 발표했던 하우스 뮤직 Fade의 보컬 리메이크 버전인 Faded를 특히 좋아합니다. 1997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이제 스무살밖에 되지 않은 이 천재 뮤지션의 Faded는 현재 유튜브 조회수 19억을 상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Faded의 가사에는 여성 보컬의 "Where are you now?"라는 단순반복적인 가사가 수십번 되풀이 되는데 그것을 듣고...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레무리안2018-09-17

20180729 17:21 Kleine Weissgasse 12, 55116 Mainz, Rhineland-Palatinate, Germany 고대 로마시대로부터 시작되고 중세 유럽이 살아숨쉬는 도시 독일 마인츠의 슈테판 성당에서 만난 마르크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입니다. 압도적이고 충격적인 느낌은 샤갈의 모든 그림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듯한 응집력, 그리고 블루톤을 바탕으로 아로새겨진 섬세한 디테일과 색상의 조화로움 때문이었습니다. 벨라루스공화국의 비테프스크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난 그의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마을, 샤갈의 영원한 고향이 바로 비테프스크였습니...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레무리안2018-09-14

20180721 16:53, Piazza inferiore di S. Francesco, 2, 06081 Assisi PG, Italy 1226년 10월 3일 선종한 성 프란치스코는 아시시에서 범죄자들이 처형되는 장소였던 '지옥의 언덕'이 예수가 못박힌 골고타 언덕을 닮았다며 죽은 뒤 그곳에 묻히기를 바랐고, 본인의 뜻대로 되었다. 선종 2년만인 1228년 7월 16일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프란치스코를 시성하였고, 이를 기념하고자 프란치스코 무덤 위에 성당을 건설하기로 정하였다. 성인이 묻힌 언덕의 이름은 '지옥의 언덕'에서 '천국의 언덕'으로 바뀌었다....

고흐를 생각하는 밤

레무리안2018-09-10

20180721 22:18, Via Smerlata,06081 Santa Maria degli Angeli PG, Italy 나무라기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화염처럼 보이는 사이프러스는 고흐의 내면에서 넘실거렸던 두렵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암시하는 것이다. 고흐는 테오에게 해바라기 못지않게 자신을 매료시킨 사이프러스에 대해 진술하고 있는데, 반복적으로 사이프러스를 그린 것을 보면 얼마나 고흐가 이 나무에 빠져 있었는지 알 수가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 / 이택광, 「인상파 아틀리에」

머리 묶는 여자

레무리안2018-09-10

20180718 14:03 Viale Vaticano, 00165 Roma RM, Italy 여름이 간다. 너는 너의 바깥에서 너를 구하는구 나. 커다란 비눗방울 속에. 어리석은 새를 운행하는 바람의 습관처럼. 그는 밥을 먹을 때 술을 마실 때 섹 스를 할 때 강가를 걸을 때 내가 운전을 할 때. 거봐, 내가 뭘 할 수 있어? 한낮이 가지는 어둠의 비밀을 특별히 가르쳐준다는 듯. 비유를 통해 유려해진다. 섬세함이 빛의 방법이라면 서로 목을 조르지. -'미장아빔' / 백은선 시집 『가능세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