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제주

레무리안2019-10-20

제주에서 개최된 문학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주제 발표자가 되어 부담스럽긴 했지만 시월의 제주를 누릴 수 있는 덤에 마음을 빼앗겨 이틀 동안의 포럼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 객실에서 내다보이는 시월의 바다 풍경, 바다 앞에서 마시는 한라산 소주의 맛,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야자나무의 풍광을 기억에 남기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월요일부터 창작모드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12월, 3권 탈고의 마지막 고지를 향하여!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24240

시상식 후감

레무리안2019-10-08

9월 28일, 이병주 국제문학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12일 뒤 큰 일을 치르고 아직 일상성을 회복하지 못한지라 축하를 받는 행사와 자리가 몹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수상소감을 밝힐 때 어머니 생각이 겹쳐 어금니를 다져물고 가까스로 슬픔을 견뎠습니다. 인생의 일희일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경험, 슬픔 뒤의 기쁨에는 여운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상을 주신 모양이라고 혼자 여운을 만들었습니다. 3권 분량의 장편을 2권까지 마치고 중단한 상태이니 3권을 무사히 끝내라는 이병주 선생님의...

어머니를 보내 드리며

레무리안2019-10-08

9월 16일 새벽 다섯 시경 어머니께서 운명하셨습니다. 오랜 동안 편치 않은 육체 생활에 많이 지치셨을 터인데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도 입으로 허밍을 하고 계셨습니다. 깊고 강한 내면을 지니셨던 분, 언제나 큰 에움막 역할을 하며 세상을 사셨던 분입니다. 이제 낡은 육체를 벗고 자유로운 혼이 되심에 지켜보던 자식의 도리로 그 자유를 영가천도해 드리고 싶습니다. 깊이, 높이, 오래, 참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셔서 진심 감사드립니다. 그곳에서, 그리고 그 후에도 영원히 평안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_()_

12회 이병주국제문학상 '박상우' 소설가 수상

레무리안2019-09-06

수상자 박상우(소설가) & 중국연변대조선문학연구소 리광일 교수 이병주기념사업회는 4일 제12회 이병주국제문학상과 제5회 이병주문학연구상에 각각 한국의 박상우 소설가, 중국 연변대 조선문학연구소(소장 리광일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경남 하동군과 이병주기념사업회가 주관하며 이 상은 하동군 북천면 출신으로 <관부연락선>과 <지리산> 등을 쓴 나림 이병주(1921∼1992)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상이다 심사 대상으로 매년 발표된 여러 나라의 문학작품 가운데 역사성과 서사성을 갖춘 작가와 문학사적 의미...

새벽의 고독

레무리안2019-08-28

어쨌거나 남루한 하루를 벗어버리기엔 그래도 이만한 곳이 없다. 선택된 만 원어치의 멍게는 주인장의 칼끝에 속절없이 해체되어 샛노란 꽃으로 피어나고 뭇 별처럼 명멸하는 포장 속의 전등은 목구멍을 거쳐 몸속으로 흘러들어 가는 소주의 은밀한 침투경로를 밝혀내고 감추고 싶은 속마음까지 구석구석 들춰내 괜스레 얼굴을 붉히게 한다. 노행판, '포장마차' 중

윤회의 터널

레무리안2019-08-20

팔월 셋째주 일요일 저녁, 그가 저 터널 속으로 떠났습니다. 주말까지 주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술잔을 기울이던 사람이 일요일 저녁에 저 어두운 윤회의 터널 속으로 갑작스럽게 떠났습니다. 인생이라는 팀플레이에서는 그런 행동이 엄청난 파울플레이라고 그토록 되풀이 말했건만 자신을 사로잡은 에너지를 끝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채 그는 저 어두운 터널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들어가야 할 섭리의 터널, 하루하루 저 터널을 향해 가는 것이 나날의 인생이거늘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그는 그토록...

포토샵 피서

레무리안2019-08-09

8월말까지 계획한 장편 3권 중 2권 마무리를 위해 무더위에 완전 두문불출한 채 오직 작업을 위해서만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집안에 있는 게 가장 좋은 피서이긴 하지만 집안에서 피서를 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만 그것이 정신적인 피서까지 감당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가끔 좋은 영화를 보고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으로 포토샵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나에게는 적절한 휴식과 피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이 말을 타고 산중을 달리는 장면을 정지시...

흑백단풍

레무리안2019-07-29

토요일 오후, 무더운 찜통더위 속에서 운현궁 뒤편의 단풍나무를 내다보고 있을 때 의식에 초점이 생기면서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중첩된 프레임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프레임이기도 하고 차원의 입구이기도 하고 더 깊은 내면의 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 속으로 들어가서 만난 사람, 그 속으로 들어가서 목격한 풍경, 그 속으로 들어가서 익힌 세계성, 우리를 에워싼 일상성 속에는 어느 곳이나 차원의 문이 숨어 있습니다.

우중 등산

레무리안2019-07-24

장맛비를 맞으며 새벽 등산을 했습니다. 흐르는 땀이 빗물에 절로 씻겨내리는 기분, 의외로 유쾌 상쾌 통쾌하였습니다. 일교차가 심한 탓에 젖은 안개가 온 산을 뒤덮었지만 오랜만에 흑백 사진을 만들어보고 싶은 작의가 생겨 많은 구간을 관찰자의 프레임으로 잘라 보다가 바로 이 지점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짙은 안개 속으로 길이 저홀로 행로를 만들 때 저 프레임 바깥 시공은 삼차원이 아니고 사차원이 되는 신비,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블루톤 프로필

레무리안2019-07-17

평생 자신을 따라다니는 색상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것이 블루입니다. 평생 청바지만 입고, 상의도 블루톤이 가장 많습니다. 기이하지만 블루톤의 옷을 입으면 형언하기 어려운 마음의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어느 토요일, 취중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셀카인데 그 우연한 순간에 포착된 다층의 블루톤이 마음을 사로잡아 인터넷 사용 이래 처음으로 프로필 사진에 적용하였습니다. 내 마음의 블루톤, 그 깊은 내면이 더욱 푸르러지기를!

여름의 터널, 마음의 터널

레무리안2019-06-27

아파트 후문 쪽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수목의 터널입니다. 차를 사용하지 않고 외출을 할 때는 짧지만 심도를 느끼게 하는 저 터널을 빠져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저 여름의 터널을 오가는 요즘, 인생에 대한 생각이 한없이 깊어지는 걸 느낍니다. 어떤 선택의 문제처럼 여겨지던 것들도 이제는 확연하게 결정론적인 쪽으로 기울어지는 걸 자각합니다. 내가 한다고 믿는 일,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일 그 모든 것들이 저 짧은 터널을 빠져나가는 동안 증류되어 들어갈 때의 막연함이 빠져나가고 나면 신선한 무위로 재생되는 기이한...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질 떄

레무리안2019-06-05

살다보면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아프리카는 열린 시공간의 상징처럼 우리를 유혹합니다. 제가 20대 때, 태릉의 육군사관학교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 저는 군복에 갇힌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마다 그룹 toto의 AFRICA를 듣곤 했습니다. 광활하게 열린 아프리카 초원에 두 팔 벌리고 서서 마냥 내리는 비를 맞고 싶다는 열망으로 상상력을 부풀리곤 했습니다. 오래된 곡이긴 하지만 세월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 이 노래, 뮤비도 귀요미처럼 만들어진 AFRICA를 수요일 오전에 투척합니다. 저는 20여 일 정도의...

오늘은 내가 쏜다

레무리안2019-05-31

후배 소설가 중 하나에게 좋은 일이 생겨 그가 '오늘은 내가 쏜다'를 선언하고 모처럼 '삼김일박'의 모임을 가졌습니다. 눈이 내려 쌓이듯 자연스럽게 형성된 소설가들의 모임인데 다 모이면 '사김일박'이 됩니다. 횟집과 재즈바를 거치며 많은 술을 마시고 참으로 오랜만에 순수한 소설가적 관심을 풀어냈는데 그 막바지 고비에서 맞닥뜨린 화두는 모두에게 공분모로 남았습니다. 샤카무니와 우파니샤드를 거쳐 21세기의 과학을 관류하면서도 끝끝내 풀어내지 못한 단 하나의 화두! 인간은 무엇인가.

비로부터의 전언

레무리안2019-05-29

가장 최근에 내린 두 번의 비. 한 번은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단지 관망만 하던 심야의 폭우, 다른 한 번은 비가 내리는 먼 길을 달려 깊은 산중의 식당에서 망연하게 내다보던 백주의 폭우. 중요한 것은 그토록 억수같은 비의 입자들로부터 아무런 전언도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 바로 그 무언의 전언, 그보다 더한 넉넉함이 없을 듯하여 단지 두 컷으로 함축한 무언의 전언을 전함.

2차원으로부터의 귀환

레무리안2019-05-16

3월 3일부터 전 3권 분량의 장편소설 작업을 시작해 5월 14일 오후에 1권의 초고를 마무리하였습니다. 6월 6일부터 2권 작업을 시작할 계획으로 20여 일 정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강도 높게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내 자신은 2차원적 트랜스 상태에 빠져 강렬한 전자합성파로 존재한 느낌입니다. 길지 않지만 강도 높은 휴식과 여행을 통해 3차원 현실과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다시 전자합성파 의식 상태로 귀환해야겠습니다. 차원을 오가는 창작 놀이, 힘들긴 하지만 이래서 매력적입니다. (위 사진은 2차원 평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