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레무리안2018-09-14 

20180721 16:53, Piazza inferiore di S. Francesco, 2, 06081 Assisi PG, Italy   1226년 10월 3일 선종한 성 프란치스코는 아시시에서 범죄자들이 처형되는 장소였던 '지옥의 언덕'이 예수가 못박힌 골고타 언덕을 닮았다며 죽은 뒤 그곳에 묻히기를 바랐고, 본인의 뜻대로 되었다. 선종 2년만인 1228년 7월 16일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프란치스코를 시성하였고, 이를 기념하고자 프란치스코 무덤 위에 성당을 건설하기로 정하였다. 성인이 묻힌 언덕의 이름은 '지옥의 언덕...

고흐를 생각하는 밤

레무리안2018-09-10 

20180721 22:18, Via Smerlata,06081 Santa Maria degli Angeli PG, Italy     나무라기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화염처럼 보이는 사이프러스는 고흐의 내면에서 넘실거렸던 두렵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암시하는 것이다. 고흐는 테오에게 해바라기 못지않게 자신을 매료시킨 사이프러스에 대해 진술하고 있는데, 반복적으로 사이프러스를 그린 것을 보면 얼마나 고흐가 이 나무에 빠져 있었는지 알 수가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 / 이택광, 「인상파 아틀리...

머리 묶는 여자

레무리안2018-09-10 

20180718 14:03 Viale Vaticano, 00165 Roma RM, Italy         여름이 간다. 너는 너의 바깥에서 너를 구하는구 나. 커다란 비눗방울 속에. 어리석은 새를 운행하는 바람의 습관처럼. 그는 밥을 먹을 때 술을 마실 때 섹 스를 할 때 강가를 걸을 때 내가 운전을 할 때. 거봐, 내가 뭘 할 수 있어? 한낮이 가지는 어둠의 비밀을 특별히 가르쳐준다는 듯. 비유를 통해 유려해진다.      섬세함이 빛의 방법이라면 서로 목을 조르지.   -'미장아빔&...

자작자각 타작타각

레무리안2018-09-06 

20180705, 16:35 Orchard Rd, Singapore     뇌에서 '의식을 담당하는 부분'과 '행동을 관장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은, 초기불전의 가르침 가운데 '고(苦)의 자작자각自作自覺, 타작타각他作他覺'의 문제에 닿아 있다. '고의 자작자각'이란 '괴로움을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다'는 뜻이고 '고의 타작타각'이란 '괴로움을 남이 짓고 남이 받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남'이란 타인이 아니다. 앞에 쓴  '남' 은 '과거의 나...

As time goes by

레무리안2018-08-27 

20180705 17:42, 11 Cavenagh Road, Singapore 229616, Singapore     인간은 시간 속에서 태어나 시간 속에서 살다가 생명의 단절과 함께 무화된 시간 속으로 환원합니다. 시간은 인간 경험의 핵심 동축이지만 인간의 내면에는 그것이 만들어놓은 기억이 자리잡습니다. 시간은 3차원의 정지된 공간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주는 4차원적 흐름이지만 인간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것을 장악하지도 못한 채 그것 속에서 태어나 그것과 함께 흐르다 그것의 단절 속에서 소멸합니다. ...

융프라우 현상학

레무리안2018-08-26 

20180723 13:49, 3801 Wengen, Jungfraujoch, Switzerland     오래 전 「융프라우 현상학」이라는 단편소설을 쓴 적이 있습니다. 2천년대 초반에 쓴 것이 아닌가 싶은데 서가에 책이 없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인형의 마을』이라는 소설집에 그것이 수록돼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글들을 보니 그 소설집에 무서운 여성성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설마 내가 그런 소설들을 썼을까? 싶을 정도로 섬뜩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

무제크 성벽 시계탑, 스위스 루체른

레무리안2018-08-26 

20180725 19:44, Schirmertoweg, 6004 Luzern, Swiss     피아제Jean Piajet는 세상에는 하나의 움직임이 아닌 수많은 움직임이 존재하고  인간은 이러한 복잡한 움직임을 경험하면서 동물과는 다른 고유한 시간 의식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동물의 시간은 즉각적으로 연속성과 기간을 인지하는 '직관적 시간temps intuitif'에 머무는 반면 인간의 시간은 동시성, 연속성, 기간의 적합한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조작적 시간temps operatoire'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찾아야 하는 나, 버려야 하는 나

레무리안2018-08-17 

20180704 01:45, 5 Raffles Ave, Singapore 039797     현상세계 배후의 절대적 존재를 철학에서는 신(神), 이데아(idea), 브라흐만(brahman)이라고 합니다. 인간 배후의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실재를 철학에서는 자아, 정신 혹은 아트만(atman)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인도의 우파니샤드는 범아일여(梵我一如), 그리스에서는 대우주(macrocosmos)와 소우주(microcosmos), 중국에서는 천인합일(天人合一), 성즉리(性卽理)의 논리로 변주되고 전개됩니다. 2600여 년 전, 석가모니는 무아(無我)...

하늘정원의 한 극단

레무리안2018-08-17 

20180705 5:46, 18 Marina Garens Dr, Singapore 018953     2018년 6월 11일 심야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출하여 찾아간 곳, 8월에는 한국 삼성의 갤럭시 노트9 출시 기념행사를 한 곳이기도 합니다.  Flower Dome-Cloud Forest, Gardens by the Bay, Singapore. 싱가포르가 핵심인지 식물원이 핵심인지 애매모호하지만 싱가포르의 장삿속이 잘 먹히는 시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오래 전 도서관에서 『식물도 생각한다』는 책을 대출해서 읽었었는데 저렇게 거대한 식물원에서 ...

SONY ZONE

레무리안2018-08-16 

20180704 18:37, 5 Raffles Ave, Singapore 039797     그날 그 순간, 왜 나는 나에게 포착되었을까요? 결정이 이루어진 뒤에 인간은 결정의 배경과 과정에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가속력의 법칙 F=ma 혹은 우연이나 필연의 결과? 시도하지 않은 것조차 시도 이전에 계획되는 시뮬레이션 우주를 상상합니다. 저 순간, 소니 카메라에 포착된 피사체는 SONY ZONE에 갇혀 있지만 저 피사체의 안쪽에 기록되어 있는 히스토리는 외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시뮬레이션 세계가 들통나지 않게 하는 ...

견성을 목도하는 사원의 오후

레무리안2018-08-08 

20180703 13:34, JI. Cipayung Raya East Jakarta, Jakarta 13840, Indonesia     자카르타의 한 사원에서 만난 고양이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뒤로 걸어가고 인기척이 들려도 세상만사에 관심을 끊었다는 듯 초연한 자세로 앉아 자신의 내면에 깊이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견성이라는 것이 어찌 사람의 몫일 수만 있으랴, 동물이라고 해서 견성을 얻지 못하란 법이 어디 있으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기이한 순간이었습니다.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 안에 드리워진 그것의 그것! I AM THA...

싱가포르의 잠 못 드는 밤

레무리안2018-07-12 

20180704 12:27, 5 Raffles Ave, Singapore 039797     인공에 의한, 인공을 위한, 인공의 나라. 사람들은 싱가포르의 표면을 보고, 표면만 보고 그곳을 인공낙원이라고 경탄하곤 합니다. 그런데 왜 나는 표면이 보이지 않고 이면의 이미지가 더욱 강렬하게 자극 받는 것인지 밤이 깊어도 잠이 오지 않아 내내 야경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날이 밝을 때까지 야경이 야경꾼처럼 잠을 소멸시켜 평형기관이 흔들리고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별과 달과 행성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

Mystic Mood in Jakarta

레무리안2018-07-10 

20180702 20:04 JI Teuku Umar No.6, RT.1, Gondangdia, Menteng, Kota Jakarta Pusat, Daerah Khusus Ibukota Jakarta 10350 Indonesia     자카르타에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대상입니다. 저 인물을 만난 장소가 Tugu Kunstkring Paleis라는 식당의 갤러리였는데 저 그림 하나의 발견으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내면의 결핍이 말끔히 해갈되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느낀 결핍의 요체는 <인도네시아에는 인도네시아가 없다>로 요약될 것이었는데 일종의 상실을 구체화하...

호찌민과 사이공 사이

레무리안2018-06-29 

예전에 우리는 호찌민을 호지명(胡志明)이라는 한자명으로 불렀습니다. 그는 베트남의 혁명가이자 정치가였고 구(舊) 베트남민주공화국의 초대대통령이 된 사람입니다. 그의 본명은 응웬 닷 탕(Nguyen Tat Thanh)이지만 어릴 적 이름은 응웬 싱 콘이라고 불렸으며 파란 많은 인생의 질곡을 말해 주듯 그에게는 160여 개의 가명과 필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의 호찌민시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지만 제가 어렸을 때 그 도시의 이름은 사이공이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과 그 후의 독립국인 남베트남의...

하노이 일루전

레무리안2018-06-26 

하노이는  '두 강 사이에 있는 도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아열대 습윤기후라 엄청 무덥지만 하노이는 기원전 3천 경부터 사람들이 정착해 살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행정 중심도시라서인지 전체적으로 차분해 보이지만 이면에 고인 정체된 에너지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지층으로 잦아드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 도시를 '고담 시티'라는 별칭으로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도시가 내려다 보이는 밤의 루프탑 카페에서 비를 맞으며 맥주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