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axy Note9
일요일, 모처럼 영화 한 편 볼 생각으로 넷플리스에 접속,
한 시간 이상 볼 만한 영화를 찾다가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
<화영연화>, <중경삼림>, <2046>이 리마스터링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 본 영화들이라 스쳐가려 했는데, 흐릴 대로 흐린 가을날씨 탓인가
<2046>을 스치다가 배경음악인 시크릿 가든의 Adagio에 족쇄가 걸리고 말았습니다.
화면을 멈추고 유튜브로 음악을 들은 뒤 <2046>의 시공간으로 투신!
예전에 볼 때 지루하고 산만한 느낌을 주던 영화였는데
2046이라는 SF적 액자를 만들어 1960년대식 사랑을 나열하는 내용이
기이하게도 흡인력 있게 느껴져 이 영화 한 편으로 일요일 오후를 잠잠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사랑이 철저하게 아날로그적인 인연에 의존해서인가
사람의 냄새, 감정의 냄새가 너무나도 물씬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양연화>의 2046호실이 겹치는 것도 나름 의미심장하고
화려한 출연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도 아날로그 정서를 물큰하게 되살렸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흐름을 감싸안는 OST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2046에서 빠져나온 뒤, 2023년의 현재적 시점에서 느껴지는 후감은 매우 간단했는데
지금 세상에는 인간적인 측면이 무시된 비인간적인 사랑이 너무 많이 제조되고 있고
그것에 대해 우리 모두 너무 무감각해져가고 있거나 이미 무감각해져 있다는 느낌!
시간 날 때 리마스터링 영화들을 차례대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O04dJX57A&list=RD-xO04dJX57A&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