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전 새벽, 호수공원에서 만난 왜가리입니다.
아직 공원으로 나온 사람들 별로 없을 때,
커브를 돌며 달리다가 딱, 저 왜가리와 마주쳤습니다.
내가 동작을 멈추고 녀석을 주시했지만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이삼 분 정도 주시하는 동안
녀석의 등뒤에서 아침햇살이 부시게 차올랐습니다.
내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아
그 정지자세 자체가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습니다.
녀석이 뭔가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게 해독되지 않아 마음이 개운치 않습니다.
타임슬립처럼 나타나 주변 정황 전체를 낯설게 만든 왜가리 한 마리,
녀석의 사진을 볼 때마다 내가 나를 꾸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타나고 사라지는 건 다 홀로그램 같은 것,
찰나처럼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들에 집착하지 말라고
왜가리는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나를 에워싸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다 실재가 아니라는 메시지,
나의 의식으로부터 투사된 무한 환영이라는 메시지.
남겨진 문제는 단 한 가지,
그날 아침 나의 의식은 어째서 저 왜가리를 저곳에 투사시킨 것일까요.
그것을 곰곰 되새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