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무리안2018-10-31
가을의 몇날 동안, 미구에 닥쳐올 집필에 대한 긴장감을 등에 업고 이리저리 단풍과 낙엽을 따라 동선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산과 사찰의 낙엽과 단풍, 폭우와 뇌성벽력이 지나가던 날의 아파트 단지, 어떤 시인의 행보를 뒤에서 밟아보기까지, 가을은 앞에서도 뒤에서도 아니고, 옆에서도 위에서도 아니고 저홀로 내밀하게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한없이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에 물들어 잔잔한 가슴 한구석에서 자진모리가 터져나올 듯한 만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