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고간

진짜 소설가로 산다는 것

레무리안2018-10-19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019037002&wlog_tag3=naver http://sports.donga.com/3/all/20181016/92422994/1

『소설가』 : 소설가가 되는 길, 소설가로 사는 길

레무리안2018-10-17

프롤로그 길 없는 길을 가는 당신에게 소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소설이 무엇이다, 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소설가가 무엇이다, 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소설가는 무엇이다, 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삶의 가능성이 대두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소설과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고 밤 잠 이루지 못하며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소설이 무엇이고 소설가가 무엇인지 모른 채 인간의 욕망과 염원은 ‘소설 같은 것’, &l...

나선계단

레무리안2018-10-15

20180718 13:23 Pine Cone Courtyard | Vatican Museums, 00120 Vatican City, Italy 바티칸 미술관에서 출구로 내려가는 나선계단입니다. 언뜻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비율이 떠오르고 허리케인을 찍은 위성사진과 물고기자리의 나선은하 모양도 떠오릅니다. 나선은 일종의 회오리 형상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노라면 소실점을 향해 빨려들어가는 듯한 현기를 느끼게 됩니다. 태풍의 눈, 은하의 눈, 나선의 눈처럼 우리 몸에도 그와 같은 중심점이 있고 그것을 기점으로 우리 인생도 시시각각 에너지 소용돌이를 이루는 건 아닌지 나선계단의...

지구 안의 지구

레무리안2018-10-12

20180718 11:24 Pine Cone Courtyard | Vatican Museums, 00120 Vatican City, Italy 바티칸 박물관의 솔방울 정원이라 불리는 피냐 정원에는 바티칸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현대 조각 작품이 있습니다. 제목은 '지구 안의 지구(sphere within sphere)'. 1960년 로마 올림픽을 기념하여 제작된 구리 지구본은 오염된 채 멸망해가는 지구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공모전을 통해 1위를 수상한 이탈리아 조각가 아르날도 포모도로의 의해 제작된 이 작품은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돔과 같은 크기라고 하는데, 360도 회전한다고 ...

성벽

레무리안2018-10-11

20180718 13:18 Viale Vaticano, 00165 Roma RM, Italy 35도를 웃도는 무더위, 성벽 밑에서 한 남자가 생수를 팔고 있습니다. 무심한 사람들은 그의 외침을 들은 체 만 체 그냥 지나쳐 갑니다.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동안 그는 단 한 병의 생수도 팔지 못한 채 폭염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성벽은 한없이 높아 보이고 염천의 세상 어디에서도 사랑과 자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저 성벽은 왜 저리도 높아야 하는지 저 성벽 너머의 세상에는 무엇이 있는지 물을 파는 남자는 지칠 대로 지쳐 종내에는 성벽에 등을 기대고 맙니다....

Where are you now?

레무리안2018-10-01

20180723 15:53, 3801 Wengen, Jungfraujoch, Switzerland 최근 앨런 워커Alan Walker의 음악을 자주 듣습니다. 그는 가수가 아니고 DJ인데, 그가 발표한 많은 곡들 중에 2014년에 처음 발표했던 하우스 뮤직 Fade의 보컬 리메이크 버전인 Faded를 특히 좋아합니다. 1997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이제 스무살밖에 되지 않은 이 천재 뮤지션의 Faded는 현재 유튜브 조회수 19억을 상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Faded의 가사에는 여성 보컬의 "Where are you now?"라는 단순반복적인 가사가 수십번 되풀이 되는데 그것을 듣고...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레무리안2018-09-17

20180729 17:21 Kleine Weissgasse 12, 55116 Mainz, Rhineland-Palatinate, Germany 고대 로마시대로부터 시작되고 중세 유럽이 살아숨쉬는 도시 독일 마인츠의 슈테판 성당에서 만난 마르크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입니다. 압도적이고 충격적인 느낌은 샤갈의 모든 그림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듯한 응집력, 그리고 블루톤을 바탕으로 아로새겨진 섬세한 디테일과 색상의 조화로움 때문이었습니다. 벨라루스공화국의 비테프스크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난 그의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마을, 샤갈의 영원한 고향이 바로 비테프스크였습니...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레무리안2018-09-14

20180721 16:53, Piazza inferiore di S. Francesco, 2, 06081 Assisi PG, Italy 1226년 10월 3일 선종한 성 프란치스코는 아시시에서 범죄자들이 처형되는 장소였던 '지옥의 언덕'이 예수가 못박힌 골고타 언덕을 닮았다며 죽은 뒤 그곳에 묻히기를 바랐고, 본인의 뜻대로 되었다. 선종 2년만인 1228년 7월 16일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프란치스코를 시성하였고, 이를 기념하고자 프란치스코 무덤 위에 성당을 건설하기로 정하였다. 성인이 묻힌 언덕의 이름은 '지옥의 언덕'에서 '천국의 언덕'으로 바뀌었다....

고흐를 생각하는 밤

레무리안2018-09-10

20180721 22:18, Via Smerlata,06081 Santa Maria degli Angeli PG, Italy 나무라기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화염처럼 보이는 사이프러스는 고흐의 내면에서 넘실거렸던 두렵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암시하는 것이다. 고흐는 테오에게 해바라기 못지않게 자신을 매료시킨 사이프러스에 대해 진술하고 있는데, 반복적으로 사이프러스를 그린 것을 보면 얼마나 고흐가 이 나무에 빠져 있었는지 알 수가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 / 이택광, 「인상파 아틀리에」

머리 묶는 여자

레무리안2018-09-10

20180718 14:03 Viale Vaticano, 00165 Roma RM, Italy 여름이 간다. 너는 너의 바깥에서 너를 구하는구 나. 커다란 비눗방울 속에. 어리석은 새를 운행하는 바람의 습관처럼. 그는 밥을 먹을 때 술을 마실 때 섹 스를 할 때 강가를 걸을 때 내가 운전을 할 때. 거봐, 내가 뭘 할 수 있어? 한낮이 가지는 어둠의 비밀을 특별히 가르쳐준다는 듯. 비유를 통해 유려해진다. 섬세함이 빛의 방법이라면 서로 목을 조르지. -'미장아빔' / 백은선 시집 『가능세계』에서

자작자각 타작타각

레무리안2018-09-06

20180705, 16:35 Orchard Rd, Singapore 뇌에서 '의식을 담당하는 부분'과 '행동을 관장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은, 초기불전의 가르침 가운데 '고(苦)의 자작자각自作自覺, 타작타각他作他覺'의 문제에 닿아 있다. '고의 자작자각'이란 '괴로움을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다'는 뜻이고 '고의 타작타각'이란 '괴로움을 남이 짓고 남이 받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남'이란 타인이 아니다. 앞에 쓴 '남' 은 '과거의 나'이고 뒤에 쓴 '남'은 ...

As time goes by

레무리안2018-08-27

20180705 17:42, 11 Cavenagh Road, Singapore 229616, Singapore 인간은 시간 속에서 태어나 시간 속에서 살다가 생명의 단절과 함께 무화된 시간 속으로 환원합니다. 시간은 인간 경험의 핵심 동축이지만 인간의 내면에는 그것이 만들어놓은 기억이 자리잡습니다. 시간은 3차원의 정지된 공간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주는 4차원적 흐름이지만 인간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것을 장악하지도 못한 채 그것 속에서 태어나 그것과 함께 흐르다 그것의 단절 속에서 소멸합니다. 시간 경험을 통해 인간이 얻게 되는 것은 오직 기억의 세계...

융프라우 현상학

레무리안2018-08-26

20180723 13:49, 3801 Wengen, Jungfraujoch, Switzerland 오래 전 「융프라우 현상학」이라는 단편소설을 쓴 적이 있습니다. 2천년대 초반에 쓴 것이 아닌가 싶은데 서가에 책이 없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인형의 마을』이라는 소설집에 그것이 수록돼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글들을 보니 그 소설집에 무서운 여성성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설마 내가 그런 소설들을 썼을까? 싶을 정도로 섬뜩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그랬고, 「융프라우 현상학」에도 다음과 같은 부분이 인용으로 올라...

무제크 성벽 시계탑, 스위스 루체른

레무리안2018-08-26

20180725 19:44, Schirmertoweg, 6004 Luzern, Swiss 피아제Jean Piajet는 세상에는 하나의 움직임이 아닌 수많은 움직임이 존재하고 인간은 이러한 복잡한 움직임을 경험하면서 동물과는 다른 고유한 시간 의식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동물의 시간은 즉각적으로 연속성과 기간을 인지하는 '직관적 시간temps intuitif'에 머무는 반면 인간의 시간은 동시성, 연속성, 기간의 적합한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조작적 시간temps operatoire'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시간은 인간이 세상의 변화를 경험하고 그것...

찾아야 하는 나, 버려야 하는 나

레무리안2018-08-17

20180704 01:45, 5 Raffles Ave, Singapore 039797 현상세계 배후의 절대적 존재를 철학에서는 신(神), 이데아(idea), 브라흐만(brahman)이라고 합니다. 인간 배후의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실재를 철학에서는 자아, 정신 혹은 아트만(atman)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인도의 우파니샤드는 범아일여(梵我一如), 그리스에서는 대우주(macrocosmos)와 소우주(microcosmos), 중국에서는 천인합일(天人合一), 성즉리(性卽理)의 논리로 변주되고 전개됩니다. 2600여 년 전, 석가모니는 무아(無我)를 주장하여 이단적 존재로 등장하고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