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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오로 신부에게서 처음 이 노트를 건네받았을 때,
그 첫 페이지에는 ‘카인의 비밀일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 노트를 성당에 놓고 간 사람의 기록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가시면류관 초상’이었다.
오랜 세월, 죄의 의미가 부화된 결과이리라.
*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카인의 비밀일기’를 ‘가시면류관 초상’으로 승화시킨 게 나의 주관적 과오라는 걸 깨달았다.
그것을 그것 그대로 고스란히 돌려놓아야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의미를 얻게 된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죄와 벌 따위의 3차원적 대칭구조에서는 현상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게 최선이라는 자각!
그렇게 『가시면류관 초상』은 『카인의 비밀일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