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셋째주 일요일 저녁, 그가 저 터널 속으로 떠났습니다.
주말까지 주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술잔을 기울이던 사람이
일요일 저녁에 저 어두운 윤회의 터널 속으로 갑작스럽게 떠났습니다.
인생이라는 팀플레이에서는 그런 행동이 엄청난 파울플레이라고 그토록 되풀이 말했건만
자신을 사로잡은 에너지를 끝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채
그는 저 어두운 터널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들어가야 할 섭리의 터널,
하루하루 저 터널을 향해 가는 것이 나날의 인생이거늘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그는 그토록 황망스럽게 떠나버린 것일까요.
떠난 사람의 사연은 물을 수도 없고 물어서도 안 되는 것이건만
그가 마지막까지 야금야금 아껴 읽던 책이 [윤회의 본질]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가 저 터널을 빠져나가 당도하게 될 반대편 출구가 마냥 궁금합니다.
설마 그것을 빨리 알고 싶어서 떠난 것이 아닐 터이니
그가 이생에서 견뎌내지 못한 마지막 순간의 반전 포인트,
그 지점에서 또다른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왜 놓쳐버렸느냐고
떠나간 그를 향해 덧없는 질문을 던져놓고 싶습니다.
죽고 싶은 바로 그 순간이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르게 살 수 있는 인생의 반전 포인트라는 것,
다른 생에 만나서라도 열번 백번 강조해 주고 싶습니다.
기왕 떠났으니 부디, 잘, 그리고 편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