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정도 장편 집필에 몰두하다가
전체 분량의 1/10 정도를 소화했다고 판단한 날,
돌연 차를 몰고 남쪽으로 달렸습니다.
남쪽 어딘가에서 봄이 녹아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남쪽으로 남쪽으로 쉬지 않고 내리 달려
남해에 당도하여 잠잠한 바다와 마주하며 일박하였습니다.
펜션에서 내다보이는 저 바다를 바라보며 소주를 마시고
다음날은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동 쪽으로 차를 돌려
섬진강변의 벚꽃 터널을 질주해 화개장터에 당도하였습니다.
벚꽃축제가 아직 시작되기 전인데도 사람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벚꽃은 만개해 눈이 부시게 흐드러져 있었습니다.
일박이일 질주에 얼마나 달렸는지 알 수 없지만
장편 분량의 2/10를 소화할 즈음에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
낙조를 마음에 아로새기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그렇게 삼면이 바다인 나라를 세 바퀴쯤 돌면
장편이 완성되는 겨울에 당도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같은 세상, 다른 차원을 사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