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분 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완전히 마음 비운 상태로 산책을 하다가
저 따뜻할 '溫'자를 만났습니다.
저것이 매달린 공간과 주변 상황,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저의 오감이 한순간 케미를 일으켜
따뜻함의 의미가 우주적으로 부풀어올랐습니다.
따뜻함이란 게 과연 무엇일까.
추울 때 본능적으로 갈망하게 되는 생물학적 온기 이외
따뜻함의 의미에는 광범위한 인간적 교류가 내재돼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있을 거라는 믿음,
그런 것을 만나고 싶다는 갈망,
그런 상태로 머물고 싶다는 욕망이 눈을 뜹니다.
하지만 따뜻함의 모호함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섭씨 몇 도부터 시작되는 기준인지
어떤 사람의 마음이 따뜻한 마음인지
어떤 마음 상태가 안온한 것인지
우리는 미망에 사로잡혀 따뜻함의 의미에 진저리를 치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는 너무 모호한데도 정의되거나 규정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들
그래서 상식이 되고 개념이 되고 고정관념이 된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저 공간에는 정말 '溫'이 있을까요?
궁금하지 않아서 잠시 글자만 바라보다 그냥 지나쳤습니다
흐리고 바람 몹시 부는 어느 봄날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