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거실 베란다 창 앞의 전나무에 참새들이 떼지어 찾아옵니다.
베란다 문을 열 때까지 목화덩어리처럼 나무에 앉아 있다가
컵에 쌀을 담아 투척하면 일제히 내려앉아 신나게 아침을 먹습니다.
참새들은 너무 민감해서 날아오르고 내려앉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낱알을 쪼아먹습니다.
뿐만 아니라 탐욕을 부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먹고 날아가
다른 참새들에 대한 배려가 생리적으로 작용하는 걸 확인하곤 합니다.
작업실 창 앞에는 붉은 열매가 가득 맺힌 산수유나무가 있어
이곳에는 직박구리들이 많이 날아와 열매를 쪼아먹습니다.
오늘은 눈이 내려 직박구리들이 잔치를 하듯 날아들어 부산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참새들은 쌀을 던져 주었지만 그것들이 눈에 파묻혀
한동안 나무에서 저울질을 하다가 일제히 내려앉아
눈에 파묻힌 낱알들을 기술적으로 파먹기 시작해 안도했습니다.
집안에는 일곱 종의 식물과 네 마리의 관상어, 그리고 샤트룩스 고양이 민트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과 교감하며 사는 일은 인생의 행간에 또다른 우주를 만드는 일과 같고
그 행간으로부터 생명의 경이로움과 신비를 체험하는 일과 같습니다.
눈이 내려 잠잠한 세상,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기운이 왕동하는 오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