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무리안2021-10-24
어느 날 밤, 혼자 길을 걷다가 좁은 골목에 아주 작은 LP바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실내, 혼술 하는 남자 손님이 두 테이블에 앉아 있었습니다. 나도 병맥주 한 병 꺼내 들고 밖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거기 그 자리에 그렇게 망연하게 앉아서 말들이 붕붕거리는 시간, 동작이 어우러지는 시간, 기운이 뒤섞이는 시간이 가라앉는 걸 느끼며 부질없는 모든 것들이 우주의 정화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걸 자각했습니다. 침묵이 필요한 계절, 가을이 깊어가고 있나 봅니다. 다른 날, 다른 시간에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