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는 호찌민을 호지명(胡志明)이라는 한자명으로 불렀습니다.
그는 베트남의 혁명가이자 정치가였고 구(舊) 베트남민주공화국의 초대대통령이 된 사람입니다.
그의 본명은 응웬 닷 탕(Nguyen Tat Thanh)이지만 어릴 적 이름은 응웬 싱 콘이라고 불렸으며
파란 많은 인생의 질곡을 말해 주듯 그에게는 160여 개의 가명과 필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의 호찌민시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지만 제가 어렸을 때 그 도시의 이름은 사이공이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과 그 후의 독립국인 남베트남의 수도이기도 했던 사이공은
1975년 호찌민 시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현재에도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호찌민 시는 스쿠터 경주장처럼 항상 경쾌한 생동감이 넘쳐나고
시민들의 표정에서는 삶에 대한 역동적인 의지와 열정이 느껴져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그들이 거쳐온 엄청난 수난의 역사마저도 승전국의 자존심으로 태를 바꾸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두 번 다시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들은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아침노을이 저녁노을인지, 저녁노을이 아침노을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우기의 시간성 속에서
눈을 뜨고 꾸는 꿈이 구만리 장천을 날아가는 붕새의 날갯짓처럼 가마득하게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오상아(吾喪我)를 위한 무한 여정, 언제나 일장춘몽에서 깨어나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