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파트 베란다 창틀에 멧비둘기가 날아와 앉아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동네 참새들을 위해 화단에 약간의 쌀을 뿌려주기 때문에
날마다 녀석들이 포릉거리며 떼지어 놀러오곤 하는데
오늘처럼 멧비둘기가 창틀에 앉아 저토록 태연한 표정으로 실내를 들여다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내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댔지만 날아가지 않고
한참이 지난 뒤에 느긋한 동작으로 등을 보이며 돌아앉았을 뿐입니다.
사진을 찍어대는 동안 뒤쪽에 앉아 있던 민트가 드디어 사태를 알아차리고
쏜살같이 타워로 올라가 멧비둘기를 향해 연신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로부터 30여 분 정도 베란다 곳곳을 오가며 전전긍긍하는 민트의 소동이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멧비둘기는 날아가지 않고
나는 작업을 위해 할 수 없이 소동의 마지막을 목격하지 못한 채 집을 나섰습니다.
모처럼 청량한 아침, 흥미진진한 멧비둘기 소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