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보문사와 강화도 전등사를 1박2일 동안 다녀왔습니다.
강화에서 석모도를 연결하는 삼산연육교가 2017년 6월말에 개통한다기에
배를 타고 석모도로 건너가는 마지막 여행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강화도와 석모도를 몇 번이나 오갔는지 헤아릴 수 없지만
뱃길이 사라지기 때문인지 이번 여행은 각별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석모도는 낙조로 유명한 섬이라 해질 무렵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로 인해 막연하게 석모도의 한자 지명을 '夕暮島'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지명은 그것과 무관하게도 '席毛島'라는 것을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석모도의 지명 유래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대동여지도』에는 ‘석모로도(席毛老島)’로 표기되어 있다.
‘석모로’라는 지명은 ‘물이 돌아 흐르는 모퉁이’ 혹은 ‘돌이 많은 해안 모퉁이’라는 뜻이다.
‘돌모로’를 한자화하면서 석모로(石毛老)가 되었다고 한다.
『조선지지자료』(일제 강점기 편찬)에는 석모도(席毛島)로 기록되어 있다.
보문사는 낙산산 홍련암,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과 함께 전국 4대 기도처로 꼽히는데
그 때문인지 소원성취를 비는 연등이 온 사찰을 뒤덮어 정신을 산만하게 했습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비움과 내려놓음을 바탕으로 하는 것임에도 무슨 소원이 그리도 많은지
누군가 주변에서 "소원성취 남대문 시장 같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빌면 빌수록 마음자리가 들어차 주어질 복이 있다 해도 들어갈 자리가 없어진다는 원리,
그래서 아무것도 빌지 말고 "처음 자리 그대로", "있는 그대로" 무념무상하면
더이상 빌 이유도 없고, 빌 필요도 없어진다는 부처님의 애초 가르침을
어째서 사찰에서는 가련한 중생들에게 설하지 않는 것일까요.
보문사에 비하면 전등사는 마음의 쉼터처럼 조용하고 고즈넉해서 좋았습니다.
그곳에는 소원성취 연등도 리본도 없었지만 그 잠잠한 공간성 자체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일산에서 한 시간 이내에 당도할 거리이니 시간 날 때 가끔 와서
일 없이 앉아 있다 가기만 해도 힐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곳을 떠났습니다.
더 멀리 떠나고 싶은 유월, 세상은 눈부신 성하의 계절입니다.
* 세 번째 사진과 네 번째 사진 : 석모도 낙가산 눈썹바위의 마애석불좌상.
(세 번째 사진 위치까지 걸어올라가면 네 번째 사진과 같은 불상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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