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 갔다가 보리암에 간 게 아니고, 보리암에 가기 위해 남해에 갔습니다.
먼 여정.
늦은 오후에 보리암에 당도해 배경의 기암과 전면의 흐린 바다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해수관음상의 뒷모습을 기억에 각인하고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볼 생각이었는데
밤 사이 날씨가 끄무러져 새벽에 일어나자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습니다.
남해는 몇 번째이지만 갈 때마다 선명하지 않게 의식에 남겨지는 게 있습니다.
남겨지는 게 아니라 내가 남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쨍, 하지 않은 그 무엇.
그것 때문에 보리암 일출을 보고 싶었던 것인데 이번에도 역시 남해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다시 또 오라는 뜻으로 알고, 아직 예약되지 않은 미래의 어느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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