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봄, 중국 쓰촨성 광원 천불애(中國 四川省 光元 千佛崖)에서 찍은 무안불(無顔佛) 사진입니다.
천불애는 조성된 지 1,500년이 넘는 석굴 문화재로
세월의 먼지가 덮인 아름다운 조각작품들이 바위산 하나를 800여 개의 동굴로 분할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와 세월의 먼지를 벗겨내는 보정의 시간을 거쳐
이렇게 원색에 가까운 색상을 추출해 내니 금도금의 흔적이 역력하고
마야 블루에 가까운 아름다운 색상까지 떠올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이 주는 깊은 사색의 소재는 이목구비가 없다는 것,
다시 말해 얼굴을 이루는 구성요소가 사라지자 표정이 사라지고,
표정이 사라지자 희노애락의 변화무쌍함까지 사라져
빈 얼굴 그 자체가 해탈의 표정으로 승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표정은 하루에도 수천 번 변하며 희노애락을 나타냅니다.
그것 자체가 부처가 일깨운 둑카(苦), 즉 인생 전체가 고행이라는 반증입니다.
연재소설 마지막 회 삽화로 이 사진을 넣어 무척 기쁘고 뜻 깊다는 생각이 들어
이 공간에도 올려 함께 나누는 기회를 갖고 싶었습니다.
무안불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 이목구비가 만들어내는 무쌍한 변화를 되새김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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