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밤, 청담동에서 저녁 약속이 있어 외출했습니다.
일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편안한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소주를 마셨습니다.
참나무통에서 10년 숙성시켰다는 소주를 두 병 마시는 동안
몇 차례 화장실을 다녀오며 어김없이 화장실 앞의 벽면에 걸린
오드리 헵번의 대형 패널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망연자실한 기분, 언어로 형언할 수 없는 감성의 스펙트럼 때문에
세월과 기억과 정서가 고스란히 휘발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 휴대폰 갤러리에 저장된 그녀를 발견하고
포토샵에 얹어 이 지구상의 어디에도 없는 오드리 헵번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추억한다는 것, 재창조한다는 것, 다시 태어난다는 것
그런 것이 우리가 모르는 불멸의 근거가 되는 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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