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 공적인 일로 대학로에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곳에 간 게 언제였던가, 기억이 망연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 같은데 모든 것이 너무 낯설었습니다.
낯설어하는 내 자신이 가장 낯설었습니다.
구효서의 소설집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에 수록된
「그녀의 야윈 뺨」에 기막히게 그려진 대학로가 내가 알던 대학로인데,
이 낯선 시공간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공적인 일이 끝나고 일행들과 맥주를 마시러 갔습니다.
오래 전부터 즐겨 찾던 비어 할레Bier Halle가 사라졌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2차, 3차까지 하고 자정 넘어 길가에 혼자 서 있는 동안
내가 알던 대학로와 지금의 대학로 사이에 무슨 변별성이 있는가,
취중에 황당한 생각이 들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하루가 지난 뒤에 휴대폰을 열어보니
거기에 내가 모르는 낯선 행성 사진이 남아 있었습니다.
내가 보는 세상은 더이상 내가 아는 세상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