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어느 날 강화도에 갔었습니다.
강화도, 석모도는 제가 사는 일산에서 멀지 않아 심심찮게 다녀오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조양방직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 본 적이 없는 게 아니라 그렇게 특이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그날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알게 되어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1933년 일제 치하에서 만들어진 방직공장이 폐업 이후 오랫동안 방치되어 오다가
2018년에 리모델링해 우리가 지나온 과거를 경험하는 카페로 꾸며졌다고 합니다.
드넓은 시공간을 한바퀴 돌고나면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거의 한 세기 가까운 시공간을 짜깁기 형상으로 경험하는 느낌이 듭니다.
몇 년 전 부산에 갔을 때 테라로사 본점을 둘러보며 받았던 예술적 인상과는 다르게
지나간 시공간에 대한 물질성을 경험하게 하는 공간이라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실내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없었지만
그저 한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방문에 넉넉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개의 건물, 너무 다양한 디테일 때문에 실내 정경은 제외하고
외부 정경 중 인상적이었던 두 장의 사진을 올리니
언젠가 강화도에 가거든 꼭 한번 들러 낯설고 독특한 시공간 짜깁기를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인간도 그 시공간처럼 기억의 짜깁기가 실시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니
나이 들어가면서 되새겨볼 좋은 스토리가 많이 저장되기를 빌어봅니다.